여름이 점점 두려운 계절이 되어간다.
푸른숲과 파란하늘이 주는 여름의 정취는 어느순간 태풍과 호우로 멍든다.
초복이 되면 여물지 못한 감을 주워 소금물에 담가 먹었고
자두나무 아래에 평상을 놓고 하늘을 우러러보며 꿈을 엮기도 했다.
매미가 왜 우는지조차 모르고 잡을 궁리만 하던 여름날
윤기나는 담쟁이 덩굴에 연서도 적었었지.
이제는 해가 바뀔수록 숫자가 늘어나는 태풍이 가히 위협적이다.
비가 잦고 봄, 가을이 실종되는가 하면
태풍이라는 큰 카드를 내미는 자연
일주일전에는 엄청난 폭우로 대한민국 수도를 수장시키더니
또다시 '무이파'라는 이름을 가진 태풍이 다가온다.
점점 해운대 가까이로 다가오는지 파도가 매우 높다.
황금 휴가 기간인데도 해수욕 인파는 보이지 않고
바람과 파도만 하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선풍기 바람도 눅눅하고 식탁위의 유리도 미끌거리는
무더위에 책장 넘기기가 무거운 오후.
마치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기싸움처럼 서로 눈치만 보고 대립하는 양
바다는 바람과 협공하고 하늘은 쉽사리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막가파의 위력을 앞세우고 '무이파'는 서해쪽으로 빠르게 북상중이라고
방송뉴스에 종일 나온다.
전남 앞바다에 태풍특보가 내려졌다고 보고한다.
일본이나 필리핀, 괌 ,대한민국은 태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겨우 지나갔나 하고 한숨을 돌리면 다시 다른 그 무엇이 달려나오니 두렵다.
어제 비상근무로 집을 나간 남편은 오늘도 소식없고.
비가 오든지 태풍이 지나가든지 빨리 끝났으면 좋으련만 ...
구름만 재빠르게 하늘을 가로질러 간다.
내 손톱에 물들인 봉숭아꽃물은 벌써 첫눈 오기만 기다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