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고 나니 불볕더위가 시작되었다.
지긋지긋하던 습도와 곰팡이와의 전쟁도
빨래 말리기에 전력하던 기억도 잊을만큼 뜨겁고 후텁지근하다.
하학길의 어린아이들도 손으로 해를 가리며 길을 건너는 여름
해운대 바다너머로 보이는 광안대교 난간도 빛나는 계절이다.
주부의 진정성은 현실을 자각한다는 거겠지
끼니에 김치걱정까지
지난주에 포기당 1,200 원하던 배추 가격이 4포기 묶어 9,000 원이다.
상인의 말이 더 기막히는 건
"아마도 다음주에는 곱으로 오를껄요" 한다.
예년에도 그랬었지
장마에 물난리를 겪었으니 땅인들 제모습 찾기가 쉽겠나.
강으로 바다로 쓸려간 수많은 사연들과 자기모습들.
자연재해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인간사인걸
더 오르기전에 서둘러 김치를 담가둬야 한다는 생각에 미치자
무거운줄도 모르고 덥썩 샀다.
아뿔싸 !
과일은 하나도 못사고 배추만 들고 낑낑대는 아줌마의 근성.
태풍 '망온'의 간접 영향권이라더니 바람이 세다.
광안대교를 건너올 아들녀석 생각에 손이 빨라진다.
바람이 자고나면 하늘은 높아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