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났다고 하더니
하늘에 구멍을 뚫었나 빗줄기가 장난이 아니다.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의 미래가 하늘의 뜻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쉬지 않고 내리는 힘 또한 상상을 초월하고
사선긋기가 아닌 직선으로 내려 꽂히는 빗줄기에 가로수가 휘청거린다.
우산받고 바깥에 나가기는 생각조차 못할 일
그저 하늘의 뜻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뇌성과 우레 때문에 감히 하늘을 우러러 볼 수 없는 하루의 삶이
시작과 함께 어두워진다.
농촌봉사활동 하러간 대학생들이
물난리에 산사태로 매몰되었다는 뉴스 현장은 참혹하다.
무엇이 이토록 하늘을 분노케 하였는지
기후의 변동이 극심하고 원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사이다.
이천년 전에도 오늘과 같은 비가 내렸을까
점점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고 있는 한반도
영원으로 흘러가는 물줄기처럼 수많은 사연이 길도 없이 따라간다.
막힌 하수구 위로 범람하는 물의 엄청난 힘은 과연 무엇을 대변하고 있는지
인터넷으로 검색해 본 구멍난 구두, 소매없는 옷가지들도
손에 쥐어보면 한줌인것들이 하루를 사고 팔기도 한다.
빗줄기는 가늘어지지 않고 창문이 심하게 흔들리는 날
두려운 하늘의 氣에 눌려 꼼짝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