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지

경주에서

후야 mom 2012. 9. 10. 15:52

여행은 생각만 해도 설레이는 단어이다.

그것도 배꼽친구랑 함께한다는 사실이 기분을 좋게한다.

새벽비는 태풍이 다시 온 것처럼 강한 비바람을 몰고와 잠을 설치게 하고

내심 받아놓은 날이라 변동사항은 없겠지 하면서도 어째 불안하다.

10시 50 분에 만나자는 친구의 전화가 올 즈음엔 거짓말처럼 하늘이 개이고 있었다.

비록 무지개는 뜨지 않았지만 그 이상의 좋은 기(氣)가 충만한 기분으로 경주로 향해 간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고마운 말을 뉘가 했을까

언양휴게소에서 다른 지역 친구들과 만나기로 하여 잠시 정차하고 둘러본다.

간만에 만나는 친구들 얼굴이 멀리서도 보인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지 점점 소녀가 되어가는 친구들의 웃음이 아름답다.

같은 고향에 부드러운 언어와 정서가 우리를 젊게 하는건지 참으로 밝고 힘차다.

경주에서 오랫동안 살고있는 친구의 초대가 고맙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안압지 근처의 연밭에가서 가을색이 살짝 드리운 연꽃을 구경하고 

性박물관에 들러 인간의 본성과 이성을 넘나드는 역사를 실컷 보고 들으며 즐겼다.

기괴한 기계음에 추해졌다가 숲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정화되기도 하였지.

경주는 내가 밟고 있는 곳이 다 유적지요 관광지이다.

곳곳에 능과 사찰 그리고 도로변의 기와담장들이 옛 신라의 품격이 보인다. 

비가 온 뒤라서 그런지 시가지가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다.

경주는 그 옛날 신혼여행을 왔던 곳이기도 하다.

박물관 앞에서 찍은 사진이 추억이 되어 되살아 온다.

보문단지 가까운 곳에 있는 팬션에 들어가니 그야말로 별천지다.

숲속의 이야기라는 이름의 팬션은 별채와 본채가 분리되어 더욱 편리하게 운용되고 있다.

저녁 식사는 숯불고기 파티, 산삼주를 들고온 친구의 배려로 모두가 건배

없는게 없는 그야말로 진수성찬의 밤은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 간다.

밤이 주는 아늑한 기분에 지난 유년을 떠올리며 서로 늙어가는 얼굴을 들여다 본다.

단풍처럼 붉어가는 얼굴위로 유성이 떨어지는지 한순간 밝아지기도 한다.

2차는 노래방에서 3차는 love road에 가서 은하수처럼 흐르는 빛을 구경했다.

한 친구가 전광판에 친구야 영원히 사랑하자 라는 메세지를 띄워 모두가 즐거운 시간

다시 숙소에서 이루어지는 생음악, 시간도 멈춘듯 밤이 지지 않는다.

이튿날은 눈을 뜨자마자 밖을 보니 비가 내린다.

전날의 어지러운 식탁위로 내리고 있는 비를 피하며 설겆이를 하고

바깥 나들이는 못해도 실내에서 놀이를 한다.

일명 풍선 발배구, 심판 하나에 각 세사람씩 3전 2승제로 11점 내기이다.

엉덩이에 방석을 깔고 이리저리 다리를 들었다 놨다하는 경기는 점수보다 웃음 폭탄이 가관이다.

중늙은이들이 벌이는 서커스는 구경하는 이도 선수도 즐겁고 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1박 2일에 충분한 氣를 충전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우리는 영원한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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