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도 10월의 한가운데를 건너고 내 삶도 어느덧 하늘처럼 높다.
친구들과의 여행도 좋지만 마음이 통하는 이웃이 때로는 정겨울 수 있다.
세 쌍이 가을속으로 풍덩 빠지고 싶어 길을 나섰다.
2박 3일 정도의 여유가 있다면 강화도 마니산을 가보고 싶었건만
1박 2일은 무리라 전북을 거쳐 변산반도로 향해간다.
가로수가 점점 단풍이 들고 들에는 수확하느라 분주한 계절
전주는 문화의 달에 걸맞는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려 애쓴 흔적이 눈에 보인다.
국내에 몇개 없는 건축물인 전동성당은 로마 비잔틴 양식으로 지어져 위풍과 품격이 있다.
한국 천주교는 박해를 거쳐 스스로 일어난 교회로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역사이며
실학자 정약용 형제들이 생각나기도 하는 전동성당.
성전에 들어가 인사하고 사진도 몇장 찍었다.
한옥마을 중심에는 경기전이 있는데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를 모신 제각 같은 곳이다.
이름이 생소하였지만 역사적인 유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한옥마을은 전통적인 마을 형태가 아닌 먹거리 전시장처럼 음식장사가 많아 다소 실망이다.
한정식이라해서 기대를 하였건만 맛보다는 가격에만 치중했던 기억
간장게장 한마리가 2만원이라며 리필을 거부하던 음식점에서 전주를 떨쳐버린다.
한낮 차량 안의 기온은 바깥보다 더 덥다 복사열 때문이겠지만 에어컨을 켰다 껐다 반복한다.
지도를 펼쳐 놓고 머리를 맞대는 세집 남편들의 정수리는 잘 닦여진 마당같이 훤하다.
영광으로 최종 행선지를 정하고 달린다.
운전하는 사람의 시선은 앞을 주시하고 우린 고개를 떨구며 낮잠에 취한다.
더러 창밖 풍경에 감탄을 하기도 하지만 이내 졸고 있는 자신이 얄밉기도 하다.
고구마 수확이 한창인 들에는 김장용 배추와 무, 그 옆으로 콩들도 보인다.
길에서 팔고 있는 무화과와 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도 눈이 시리게 들어온다.
나뭇잎이 진자리가 늘어 갈수록 계절은 앞으로만 치닫게 되겠지
시인은 글작업 할 때에만 시인이 아닐터 감성은 저만치 달아나려 애쓰고 몸은 붉은 단풍처럼 달아오른다.
바다가 가까워오는지 냄새가 다르게 느껴진다.
내가 좋아하는 고창 선운사를 지나가고 동백나무도 휙 지나간다.
꽃무릇이 지천일텐데 마음만 다녀온다.
서쪽이 가까워 질수록 노을이 아름답다.
도시보다 해가 빨리 떨어지는 시골, 영광이 가까운 상록해수욕장 부근에서
팬션명이 'Soul mate'대형 방 1개를 빌려 동거동락한다.
바람이 다소 차거워지는 저녁 숯불고기에 소주잔을 기울이는 소울메이트
공유하는 삶의 자리가 행복하다.
환하게 웃음을 주고 받으며 내일을 기약하고 서로의 건강을 빌어본다.
이튿날 눈을 뜨자마자 해변 산책하러 나가는 남편들
여자 셋은 아침식사 준비하고 하루 일정을 조율한다.
영광 법성포에는 다른것은 안보이고 온통 조기를 말리고 있는 풍경뿐이다.
소금 뿌린 조기를 엮고 있는 아주머니의 손놀림에 정신이 팔려 일행들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른다.
집집이 굴비를 판매한다고 간판을 달아놓으면 장사가 되는지도 궁금하다.
갯내음과 생선 비린내가 진동하는 법성포
이제는 새만금 방조제로 간다.
방조제로 가는 길목에 채석강이라 불리어지는 적벽강이 있다.
절벽이 붉다고하여 赤벽 위에 살아있는 노송 한그루가 거룩하게 보인다.
바닷물이 썰물인지 관광객들의 손에는 바구니와 세발갈퀴가 들려있다.
서해의 걸작이 새만금 방조제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을 가로질러 생긴 지평선이 까마득하다.
한쪽은 바다이고 반대쪽은 간척지가 되는 어마어마한 땅덩어리
34 km라고 하던가 생태계가 바뀌어지는 현장에 닿아 먼 경계를 가늠해본다.
무소유가 참인간으로 깨우치게 됨을 외치던 님도 떠난 가을날
성과 속의 경계에 서 있는 듯 쓸쓸하다.
바다가 메워지고 산도 허물어지고 그러다보면 인간도 스스로 무너지지 않을까
여행을 하면서 잃는것은 하나도 없고 추억과 시간을 얻어가는 것 같다.
남편과 손잡고 이가을을 함께한 시간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영원한 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