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 시에 울리는 모닝콜로 오늘의 일정이 시작된다.
지난 밤은 꿈도 꾸지 않고 푹 잔 기분 아니 의식적으로 잘려고 무던히 노력하여 얻은 잠이라고 표현하자.
일생에 있어 이런 기회가 또 올까 싶을만큼 가슴 벅찬 백두산 정상과 천지 답사일
다리에는 압박패드와 파스를 붙이고 가벼운 아침식사로 몸을 다스리며 따라 나선다.
2 층 버스 앞자리에 앉아서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앞만 주시한다.
생각보다 날씨는 맑으나 현지 기온을 예측할 수 없다는 가이드 말을 기억하며 묵주기도를 시작
통화에서 서 백두산으로 가는 길은 고속도로와 국도로 달려 5시간이 소요 된단다.
고속도로보다는 길어도 일반도로가 편하고 볼거리가 많다.
앞자리의 좋은 점은 전방을 다 볼 수 있는 것이라면 반대로 햇빛을 바로 안고 가야하는 불편함도 있다.
졸다가 묵주를 흘리는 일은 다반사이고 정신까지 희미해질 무렵에 겨우 서파에 도착했다.
이른 점심식사를 하고 산을 가기로 하여 인근 식당으로 이동한다.
회전식 식탁에는 밥과 나물, 생선, 된장국까지 푸짐한 음식이 놓여져 우리를 반긴다.
허름한 건물에 비해 음식맛은 괜찮고 사람들의 표정도 느긋해보인다.
산으로 가는 길은 녹색의 장원같이 깊고 푸른 영원의 길
꿈을 꾸듯 자작나무숲을 가고 있는 자신이 대견해서 놀랍다.
활엽수에서 점점 침엽수로 바뀌어가는 고도를 느끼며 한발씩 가까워지는 백두산.
장백산(중국명)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산길을 달린다.
드디어 저 멀리 흰눈에 덮힌 산자락이 보이기 시작한다.
덩달아 가슴이 뛰기 시작하고 입술이 마른다.
길 옆에는 나무가 거의 없고 낮은 풀과 작은 꽃들이 피어있다.
겨울을 이긴 산 얼굴이 점점 크게 보인다.
2400 m 고지의 백두산 중턱까지 우리를 싣고 온 버스는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눈이 쌓인 나무계단을 오른다.
먼저 크게 심호흡을 하고 자신에게 기필코 정상을 밟으리라며 다짐을 한다.
낮고 완만하게 만들어진 나무계단은 눈에 파묻혀 미끌거린다.
하늘의 구름도 춤을 추는지 움직임이 빨라져 내심 불안하지만 믿는다.
500 개는 거뜬히 올랐고 1000 개까지도 괜찮게 묵주알을 돌리며 오가는 사람들과도 인사를 주고 받는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산소부족인지 어지럽고 다리가 후들거려
구토가 날 것 같은 기분에 주저 앉고 싶었지만 나를 이겨야 목적을 달성하지
옆에서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남편에게도 보란듯이 정상을 밟을 것이다.
1400 여개의 계단이 끝나는 곳이 바로 정상이며 天池이다.
야호! 천지다 두손을 번쩍 들어 내가 왔음을 알리는 순간
눈물인지 막혀 있던 무언가가 뚫리는듯 펑하고 가슴에서 소리가 들린다.
얼음과 눈으로 덮힌 백두산 천지연 하늘이 문을 열어 반겨주는 우리 모두의 산
이곳을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연과 시간이 이어졌을까.
표지석 양면이 다르게 중국, 이면에는 조선 이라고 붉은 글씨로 적혀있다.
이런것이 필요했겠지 했을거다 아니 없으면 뉘가 뭐라고 항의하나?
정치적인 것은 모른다 그러나 감동과 희열이 넘치는 곳에 떡하니 버티고 서 있는 괴물이 낯설다.
나는 백두산을 올라 천지연을 만났으니 살아서 첫발을 내디딘 땅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단체 사진으로 천지와 이별하고 다음에는 남의 땅을 거치지 않고 바로 오게 되리라.
되돌아 내려오는 길은 익숙해서 쉽지만 방금까지도 차고 서늘하던 기온은 빠르게 올라 외투를 벗게한다.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져서 산의 기후가 변화하는 모습을 경험한다.
버스를 타고 금강 대협곡이라는 곳으로 이동을 하고 있지만 몸과 생각은 따로이다.
천지를 본 감동에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백두산 용암이 분출 할때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작은 폭포와 자작나무 숲길이 인상적이다.
작은 그랜드캐니언 같은 곳에서 심호흡을 하며 명상에 잠겨보라고 권유하는 가이드
중국과 북한의 경계비 오호경계비 앞에서 사진 촬영도 한다.
백두산은 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해가 기울기 시작하자 하늘도 산도 붉게 물드는 저녁
점심 식사를 했던 곳에서 저녁도 해결하고 통화로 귀환하여 숙소도착.
만반의 준비로 별탈 없이 백두산 천지연을 볼 수 있었던 일정은 하늘의 도움없이는 불가능하다.
꿈같은 여행 함께하신 하느님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