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의 마지막날에 쓴다.
끝은 시작을 알려주는 예표일터 많은 사연을 품고 있기도 하지
정월 초하루부터 남구 용당동 동장으로 임지가 확정된 남편
멀기도 먼길을 혼자서 묵묵히 견뎌준 그사람의 의지가 자랑스러웠다.
곧 이어 아들이 혼인하고 신접살림을 차려 부모의 기쁨이기도 했다.
새식구를 맞이하면서 사랑하고 사랑하자 그 다음은 하늘의 몫이니 순명하겠노라고
자식을 낳아 번성하여 창조사업을 이어가라는 말씀도 함께 기억했지.
바람이 많이 부는 2월에는 시어머님께서 소천하셨다.
97세 장수하신 어머님은 떠날때까지 정신을 놓지 않으셨지만
한줌 흙으로 영면에 드신 어머님은 우리와 영원히 살고계신다.
계절이 바뀌고 주위의 환경도 변화하는 삶의 자리는 늘 긴장의 연속이다.
직장에서 사회에서 부딪히는 제각각의 모습들이 돌출됨과 동시에 상처가 되고
급기야는 반정부 세력들이 커져만 가는 현상들을 보고 살지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맞이한 여성 대통령을
내가 선택했으면 믿고 기다려야지 성질 급한 국민성이 안타깝기도 하다.
6월 초순에 부부가 백두산 여행을 다녀왔다.
그동안 숱하게 여행을 다녀왔지만 참 의미로운 걸음이었음을 기억한다.
내 민족의 호흡이라할까 애국심이 솟아나는 경이로운 체험까지 하게 될 줄 뉘가 알겠는가.
곳곳에서 느끼는 숨결이 달랐다.
여름 장맛비가 내리는 7월에 개금 백병원에서 이비인과 수술을 받아 일주일을 입원했다.
59살 고개 넘기가 참 어렵기만 했었지
지금까지도 관리를 하고 있으니 평생의 복(?)이라 하자.
정월에 담근 된장 간장이 발효 숙성되면 다시 계절의 끝에 서는 자연의 섭리처럼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세상 읽기도 달라진다.
직선은 곡선이 되고 굽은 길은 어느새 곧게 뻗어있어 습관처럼 걷기가 편하지
가을 여행중에 만난 친구 박덕희 시인은 그때처럼 웃는 모습이 그림이다.
언제나 그리운 이름이었는데 순간 지나가버렸다.
겨울이 끝나는 골목어귀로 봄이 미리 나와 있겠지
꽃피는 청춘이라고 힘주어 적는다
1년을 살아냈으니 이제 새로이 시작되는 날에는 꽃씨를 뿌려야지
꽃이 피는 날에 만날 그때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