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떠나온지 열흘이 다 되어간다.
집 수리를 맡겨 놓고 주인도 없는 집에서 제대로 하고는 있는지 떠나온 자는 할 말이 없다.
이동거리가 길어질수록 피곤이 누적되는지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연신 고개가 흔들린다.
음악을 끄고 영화 *글루미 선데이를 틀어주는 가이드의 배려(?)에 집중하는 사람들
헝가리 영화로 기억되며 죽음의 서사시로 불리어지는 피아노 음악이 압권이다.
몇 시간이 흘렀는지 드디어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입성한 우리는
전쟁영웅 반 옐라치차 기마상이 있는 광장에 들어섰다.
붉은색 지붕과 맑은 하늘의 조화가 썩 잘 어울리는 도시국가
광장 앞에는 전차(트램)들이 긴 줄을 따라 이동하고 사람들도 여유롭게 움직인다
이리저리 엇갈리는 선들이 땅에 그어져 있는 풍경 또한 기이하다.
성당이 많은 곳으로 유명한 자그레브에서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성 마르코 성당이다.
급한 마음에 사진부터 찍고 모자이크로 장식된 성당 지붕을 올려다 본다.
마치 아이들 장난감 레고를 이어 놓은듯 독특한 기법이 예술적이다.
오른쪽에는 자그레브 문양을 왼쪽은 크로아티아의 문양이 따뜻한 느낌이다.
계단을 조금 올라가면 돌의문(스톤게이트)이라는 성문이 있고 안에는 성모 마리아상이 서 있다.
작은 구멍으로 손을 넣어 한국지폐를 넣고 다녀갔음을 전한다.
돌라체 시장에는 과일과 토산품, 잼,와인까지 있고 전통 복장을한 아가씨들이
웃으면서 상품을 권하기도 하고 포장을 하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잠깐 자유시간이 주어졌길래 길 건너에 있는 성카타리나 성당을 찾아갔으나 문이 잠겨있다.
나처럼 늦게 찾아온 일본인 부부도 망연히 서서 성당문만 바라본다.
생각보다 작은 도시국가 형태의 아름다운 나라를 기억하며
골목길을 따라 걸어가면서 나에게 주어진 기회와 선택에 대한 생각을 하게된다.
가슴이 서늘해지는 늦은 저녁에 간간히 흩뿌리는 비를 맞으며 걷는 기분
또한 내가 그토록 와보고 싶었던 성지에 발이 닿았으니 여한은 없다.
그리고 한칸씩 메워가는 추억앨범이 부부에게는 소중한 보물이 될 것이다
눈으로 보는 창조주의 놀라운 예술품인 성전을 직접 보고 앉아보기도 하였지
경이로움에 놀라 눈물이 기쁨이 되어 흘러내리는 감동을 뉘가 알리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시는 하느님!
마지막날에 비가 내리는 비엔나 거리를 잊을 수가 없다.
도시 중심가의 건물만 바라봐도 흥분되는 오스트리아
시간이 주어진다면 일주일만 돌아봤으면 싶은 음악과 예술의 도시
괴테가 있고 요한 스트라우스도 있지 않은가
한나절도 아닌 반나절을 그것도 비행기 시간에 쫒겨서야 무슨 여행이 되겠나
깊은 울림이 전해지는 역사와 인간이 공존하는 도시를 지나치다니 안타깝다
오페라 하우스 광장에서 열리던 연주회의 모습과 불빛이 사라지지 않고 영원하다.
여행이 끝나고나면 다시 어디든지 탈출하고 싶어질 것같다.
역마살의 기운을 얻어 배낭여행을 떠나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