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초하지절(初夏之節)에

후야 mom 2015. 5. 29. 09:34

백수(?)인 남편과 점심식사를 뭘 먹나하고 궁리중이었는데
조카한테서 전화를 받는 남편
승만이가 점심을 사주겠다며 나오라는데 당신 말은 없네 한다
잘 되었네 그렇다면
혼자 국수를 삶아먹을까 하고 생각했지
다시 전화가 오고 숙모도 같이 식사를 하잔다
내키지는(?)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조카라 따라나섰다
만나고 보니 일행이 있네
기장 곰장어 맛집 기사를 취재하러가는
길에 불교방송 기자와 함께 간단다
집에서 기장까지는 10여분이라 금방 도착해서 예약된 방으로 안내를 받는다
짚불곰장어는 몇년전에 막냇동생이 사줘서 맛은 알고있다
소금구이와 양념구이 그리고 매운탕까지 4가지 요리가 가능하다니 놀랍다
불판 위에 올려진 꾸물거리는 곰장어의 몸부림을,
양념 불판에는 붉은 빛깔의 곰장어가 춤을추는 기이한 광경이다
우선 소금구이를 익혀서 기름장에 찍어 먹으니 신세계가 열리는듯하다
곧이어 짚불에서 구운 새카맣게 탄 고기를
장갑을 낀 손으로 껍질을 벗겨준다
발가벗은 곰장어가 보기는 좀 그래도 소금구이보다 짚불구이가 훨씬 맛있다
고소하고 쫄깃한 식감이 목으로 넘어가는 순간이 더 좋다
조카와 함께 온 기자는
서울사람이라 젓가락이 도통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바라보고 웃기만하는 사람덕에
우리는 포식을 하였지
사장의 특별한 솜씨로 끓인 매운탕까지 먹고나니 포만감에 헉헉거리네
아뿔사 갑자기 배에서 신호등이 켜졌는지 요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고단백을 과하게 섭취한 탓도 있지만
별난음식은 꼭 표를 내는 예민한 체질이 문제다
취재와 식사를 마치고 송정 바닷가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당연히 커피와 에이드값은 내가 지불하고 돌아오면서 달맞이 길을 경유하였다
달맞이 길은 처음이라고 해서 한바퀴 돌아서 중동역에 내려주고 집으로~
 
저녁에는 조카가 건네주는 오페라 티켓으로 영화의 전당으로 갔다
남편은 다른 약속이 있어 나가고
혼자 객석에 앉아 간만에 눈과 귀가 호강하였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디바인 '마리아굴레기나'의 폭풍 성량에 감동하고
열정과 화려한 음색에 도취되어
시간 가는줄 모른다
갈라콘서트라 전 출연진들의 기량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다양한 오페라곡을 청중과 함께 공유하는 공연장 분위기로 초여름밤을 즐긴다
밤이되니 기온이 낮아져서 조금은 쌀랑했지만 야외 공연장만이 갖는 자유로움이 있다
공연장에서 만난 조카도 다시 반갑고 고맙다
버스를 타기 위해 한참을 걸었는데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 
초여름밤에 찾아온 환희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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