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하루사이에 바뀌는 계절의 변화가 낯설다
긴소매 옷을 꺼내다가
찬비에 저절로 옷깃을 세우게 되는 중년
고향친구를 만난다는 건
곧 나를 되찾는 일이다
태생과 언어가 같고 신작로로 내달렸던
기억도 함께 성장했으니
생일만 다를뿐 살붙이지
안부를 묻다가 노래를 하기도하고
윷놀이에 정신 팔다가 제기차기에 웃는다
줄을 서서 밥을 우정을 나누기도 하였지
다시 되돌아 가고 싶은 시절
운동장의 소년도 플라타너스처럼 자라서
뿌리깊은 길을 인도할 때가 왔음을
사진에 담아 확인하는 나는 우주인이 아니다
땅에서 나서 땅으로 돌아갈 본향이 있는 걸
늙은 청년이 부르는 교가가 선명하다
비오다 그친 하늘에 얼룩진 석양이
차창에 머무는 순간
나의 믿음이 닿는곳에 친구들도
영원하길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