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내리는 비가 그치지 않고
나무에 붙어있던 마지막 영혼마저 떨어뜨린다
낙엽이 수북히 쌓인 길에 색이 선명한 그림들
조화로운 세상을 엮어가는 자연은 위대하다지
붉은, 노랑, 녹색 등 기분좋은 물소리까지 들린다
인위적이지 않은 걸작들이 길에 즐비하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내려보는 전시회장
비에 젖어 한층 더 젊어진듯한 가로수만 눈에 보인다
미세먼지로 괴로운 호흡기질환 환자는 집안에서 뱅뱅 맴돌지
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하루를 얹고
커피에 단맛을 조금 가미하면 가을 낭만주의
가을비는 곧 겨울을 불러오겠지
오늘은 낙엽을 쓸어 모으는 아저씨가 안와도 좋을터
하수구로 쓸려 떠 내려가는 가을
안개속에 붉은 우산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