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아버지를 만나다

후야 mom 2020. 7. 28. 08:26

몸살기가 있어서 약을 먹고 일찍 잠이 들었다

잠결에 소천하신 아버지가 오셨다

언제나처럼 인자한 미소로

마루에 걸터 앉으시는 아버지

아버지의 보따리에는

옛날 도너츠가 들어있다

무슨 말씀을 하셨는데

알아듣지 못하고

금방 계셨던 곳에서

연기처럼 사라진 아버지

유년의 집 처마 밑에서

아버지를 기다렸던

그 저녁이 살아와서 아버지를 만났다

소리를 질렀는데도 반응이 없고

아버지의 체취를 따라가다

눈을 떴다

인사도 못했는데 이마에는 땀이 솟는다

새벽에 내려다본 베란다 너머에는

장맛비로 안개가 자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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