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지

거기, 그리움의 늪이 있더라

후야 mom 2010. 7. 8. 17:03

한낮의 태양은 울고 싶은 걸 참느라고 더 몸부림을 치는지 기를 쓰고있다.

폭포같은 눈물 아니 비가 쏟아지면 늪에서 기다리는 그리움이 사라지겠지

나의 청춘이 가고 있는 곳은 순천만

물은 내본향이며 본성이고 근간이지만 두려운 대상이기도 하다.

내가 섣불리 다가갈 수 없는 연민 그러다가 오랜시간 잊어버리기도하는

생각 속에서 건져 올리면 편안한 마루 같지만 등이 불편한 그 무엇.

 

늪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느라 정신없다.

땡볕에 줄지어 선 사람들의 얼굴이 물을 만나기도 전에 이미 익어간다.

전에 없던 다리가 생겨나고 유람선에 안내원까지 격을 갖춘 관광지로 변모했다.

푸른갈대밭 가장자리에서 욕망을 지그시 밟고 서있는 왜가리와 백로의 여유.

갈대의 향인지 불투명한 물에서나는 냄새인지 비릿한 흙냄새가 난다.

늪이라기보다는 강물을 거슬러가는 배를 탄 기분이다.

이따금씩 튀어오르는 물고기들의 비행은 몇 발자국 못가서 주저앉고

지난밤 가위눌림의 원인은 멈출 수 없는 열정일까 욕망일까

병명도 모르고 앓던 사춘기의 슬픔이 저 물밑에서 일렁인다.

잔잔하다가도 배가 지나가면 어김없이 거품무는 시간, 내력들

먹이를 찾아 헤매는 철새들의 발빠른 움직임이 눈에 들어온다.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고 줌을 당겨 셔터를 누른다.

그자리에 머물지 않고 그림자되어 비켜서는 그들, 그리움

 

배에서 내리니 약간의 어지럼증이 일어난다.

뒤를 돌아보니 벌써 흔적없이 사라진 발자국과 청춘, 물빛을 닮아가는 나

아직은 갈대처럼 푸르고 싶은 여름 한나절이 저물어간다.

앞서가는 아기의 울음이 하늘을 깨트릴듯 쨍하다.

아기의 언어는 젊고 힘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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