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로 오는 길이 하늘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밤송이가 벌어지고 황토색이 가을비에 젖어 발에 묻어납니다.
그곳에서의 생활은 어떠합니까?
할아버지 할머니 모시고 한 집에서 살고 계시는지도 궁금합니다.
경아가 아버지 좋아하시던 담배에 불을 붙여 얘기를 시작하고
엄마는 지난밤 꿈에 찾아오셨다며 혼잣말을 합니다.
추석날이나 설날이라야 찾아오는 아버지
이제는 전설이 되었지만 그래도 찾아올 수 있는 고향이 있어 더 그립습니다.
살아 갈 날보다는 아버지께로 가는 길이 더 가까워진 엄마
다리에 힘이 없고 눈밑의 그림자가 점점 깊어 갑니다.
평생 당신만을 믿고 오남매를 낳아 길러주신 엄마를 기억하셔요.
아버지!
저희들이 잘 보이시는지요.
작은 아들내외와 막내딸 내외 그리고 김서방네 식구들입니다.
아직도 목이메이는 아버지의 다정함이 가을로 달리며
차고 투명한 내력을 전해줍니다.
미처 아버지께 줄 서는 법을 배우지 못한 우리
밤송이를 발로 비비면 갈색의 알밤이 두서너개가 영글고
산을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면 노을이 곱습니다.
곧 엄마얼굴 같은 보름달이 떠 오르면 샛별도 잠을 깰 시간
우리는 다시 아버지를 살려내며 산을 내려갑니다.
영원히 우리를 지켜주실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