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공부를 시작한지가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생소한 언어 배우기는 남다른 용기가 필요했고 시간적인 여유도 있어야 했다. 영어보다도 어렵게 느껴지는 건 영어는 잘하나 못하나 생각속에 머물러 있었지만 일어는 애써 백안시해 온 언어이다. 나이가 들면서 옛날에 읽었던 '설국'이 새삼 기억되고 일본 문학에 관심이 생긴다. 민족간의 알력이 있었다해도 조금씩 접해 본 문화예술은 또다른 맛을 느끼게 하였다. 일본문학에 대한 적대시 혹은 해금(자유롭게)이 된지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여행을 하면서 가까이로 가보니 그들 역시 우리와 비슷한 생활양식을 갖고 있었다. 닮은 것이 참 많은 이웃같은 민족이다. 언어소통이 되면 자연스럽게 교류가 될 것이다라는 생각에 시작한 일어는 어순이 같은 문장이라서 접근하기는 쉽다. 히라가나에서 가타가나로 문법을 익히면서 단어 외우기까지 했는데, 과연 내 머리속에 얼마만큼 남아있는지 스스로도 의심된다. 받아쓰기도 겨우 통과하고 입에 붙지 않은 표현 땜에 반복훈련이 필요한 나 오늘따라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옛날 같으면 제법 읽을 줄 알고 입으로도 표현이 가능했을텐데 아무리 외워도 그 자리다. 나는 청년이 아니다.
일주일에 한 번 선생을 만나서 테스트하고 숙제를 받으면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덤으로 받는 것같다. 무심히 흘러가는 시간이 어느날 내게로 와서 사용허락이 떨어졌을 때 덥썩 받아들었다. 오늘이 아니면 다시는 내게 찾아오지 않을 나의 시간이다. 일년을 두고 봤을 때의 보람은 엄청 커져있고 자신감 역시 배가 되어있다. 비록 나의 언어처럼 달콤하지는 않으나 목에 걸려 껄끄러워도 그 또한 어느 순간 내것이 되겠지. 국제언어인 영어를 하지 않고 별 필요(?)없는 일어는 왜 하느냐고 핀잔을 주던 사람도 관광학과 편입하면서 일어를 하고 있다. 무슨 언어든 그나라의 문화를 알아갈 수 있는 수단인데 편견이 있을 수는 없다.
12월이 시작되었다. 섣달이면 동장군이 급습하기도 했던 유년이 그립다. 불때는 아궁이에서 온갖 꿈들이 익어가던 그날의 기억들이 나를 살려내는 재산이기도 하다. 벌써 김장김치가 알맞게 익어가는 동지섣달. 겨울과 함께 늙어가는 자신과의 싸움은 끝이 없다.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게 해 주는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