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도 풀리고 길건너 가로수 가지끝에
매달린 하늘도 높건만
내게로 와서 떠나지 않는 지독한 열병
때때로 햇빛을 받으러 산책로를 걸어가면
마스크 쓴 늙은이가 마주 걸어온다
낮에는 꽃이 피었다가 밤에는 도로 얼어붙고
바지가랑이에 스며드는 한기, 목으로 감겨오는
슬픈 노랫말처럼 그렇게 휘돌아가는 사랑앓이가 아니던가
어느새 사순절이 시작되는 봄인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청춘을 위하여
꽃씨를 준비해야겠지
흙에서 온 사람아 흙으로 돌아가라며
이마에 재를 발라주는 그와
언제라도 나를 알아볼 당신을 위해 뒤돌아보지 않으리
작은 도랑물이 흐르는 가슴 가운데
불안과 빛이 서로의 모습에 취해 있는 붉은저녁
나의 설레고 가난한 머리맡에 와 떠나지 않는 손
서둘지 말아라 바람이 자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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