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나무는 늙어가면서도 꿈을 꾼다지
그리워하다가 혼절하는 하늘처럼 뜨거운 오늘
둥근식탁에 둘러앉은 금빛 웃음이
오랫동안 써놓고 부치지 못한 편지를 읽고
이내 나뭇잎의 노래를 부르지
연분홍 청춘에서 詩가 여물어지는
계절로 향해가는 친구야
유년의 운동장을 기억하렴
아직도 끼워 넣지 못하고 헤매는 퍼즐조각
멈추지 않는 시간은 언제라도 유토피아에 닿겠지
초여름 성근 더위로 목울대가 부풀어 올라
마른 운동장에서 살아나는 그리움에 다시 적는다
어느날 문득 낮잠이 살포시 들거든
이름표 달지말고 여기로 오렴
유월의 햇빛이 아무리 뜨거운들
시간이 쉬어가는 그늘을 내어주지 않겠니
친구야
모서리마다 주름진 사진첩에서도
사라지고 지워진 건 아무것도 없다
이제 일어나 행간마다 쌓인 흙을 털고 고향으로 가자
가서 어제와 오늘이 만나 情을 부어 마셨다고 전하자
서로 닮은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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