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시절
여름이 오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건 여름방학이다
더워도 비가 와도 학교 안가서 좋은 그런날이 방학이었다
이제는 시골집 텃밭의 풀이 무성히 자라있을 걱정을 한다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달려가 맞닥뜨린 텃밭은 그야말로 풀 천지다
해가 떠 오르기 전에 풀을 뽑아야 덜 더울텐데
완전무장(?)을 하고 풀 작업을 한다
얼마하지 않았는데도 눈물 콧물에 입에서 단내가 난다
푹푹 찌는 더위에 엄마는 오남매의 방학을 어찌 견뎠을까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여름날
먹을것 입을것 다 챙기느라 늙어갔을 엄마의 여름
나는 풀밭에 앉아서
엄마와 하늘을 번갈아가며 소환하고 추억한다
물 한모금 넘기고 다시 풀밭으로 나가려니
어느새 햇살이 내 어깨까지 왔다
시원찮은 다리가 아프고 어지러워서 일을 할 수가 없다
나혼자 집안에 들어가려니 미안해서 영감도 끌고 간다
같이 살아내야하는 여름날의 작업이다
늙어서 좋은건 하나도 없는 인생살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던 5남매의 엄마는
이 여름을 어찌 살아내고 있는지
검푸른 풀의 위협에 눈길조차 건너가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