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집(엄마 94번째 생신)
내엄마의 연세는 94세이다 나와 띠동갑(양띠)이며 동시대를 살아내는 중이다 꼼짝 못하고 누워있으면서 자식들의 보살핌으로 생존한다 귀저귀를 아들에게 맡기고 2주에 한번 영양제를 투여하는 막내딸 요양병원에는 죽어도 못간다고 버티는 엄마 아직도 정신은 말갛다 생신이라서 봉투를 내밀었더니 돈은 필요없으니 시장에가서 '이불'을 사달란다 갑자기 소름이 온몸으로 번지며 정신이 아득했다 '왠 이불'이냐고 했더니 당신이 덮을 이불이 없다며 사달라는 엄마 서둘러 막내랑 시장에가서 이불을 샀다 엄마 가슴에 덮어드렸더니 얼굴이 환해지며 좋아한다 이게 무슨 조화일까 집에 와서 잘 도착했다고 전화를 드렸더니 다시 이불을 사줘서 고맙다고 한다 아직도 나는 가슴이 울렁거린다. 가을이 깊어간다 단풍이드는가 했더니 겨울이 코앞으로 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