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619

서설(瑞雪)

정초에 아들이 보내온 눈 풍경 부산에서 눈구경 하는건 어렵지만 아들이 있는 서산에는 연일 내린단다 어제는 베란다 창으로 첫눈 구경을 했다 눈이 흩날리는 하늘에 왠 햇빛일까 내리나하면 곧 사라지는 눈 치과에 갈려고 버스를 기다리니 유리창에 눈이 붙어있는 채로 들어온다 그나마 반가운 그림이다 정월에 내리는 눈 좋은 기운을 얻는 기분으로 이맘 때 유년의 추억을 소환해 본다 자고나면 마루끝에 쌓여있던 눈 처마끝에 매달려 있던 고드름 발자국을 먼저 찍으려고 텃밭으로 갔던 기억 되살아오는 고향집의 그리움.

사진 2021.01.19

치자열매

시골 아침 산책길에 만난 치자 된서리를 맞고도 의연한 열매가 걸음을 멈추게 한다 유년시절 명절 음식을 할 때 빠지지 않던 그 열매다 물에 담가놓으면 노랗게 물감으로 변하던 치자열매 각종 전이 노란색이었던 기억 초겨울 아침에 만난 고운 얼굴 짧은 가을을 몸으로 이겨냈나 이제는 겨울이란다 봄으로 가는 기차는 놓치지 말거라. 덕분에 유년을 되살려본 치자열매다.

사진 2020.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