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480

봄비 내리다

내리는 비가 바람을 동반하지도 않은데 꽤 많은 양이다 도로변에 막 피기시작하는 벚꽃 잎이 물 위로 떠 간다 꽃잎은 향기를 매달고 고향으로 떠나는걸까? 어제는 한림정에 모임이 있다는 영감을 따라 시골집에 다녀왔다 밭 흙이 포슬포슬 물이 부족해 보였는데 오늘 비가 내린다기에 풀만 뽑았다 텃밭에는 청매화가 피고 마늘과 양파가 제법 모양을 갖추고 잘 자란다 어쩌다 들리는 집주인의 발자국이 그들에게 달갑지나 하겠나 비가 내리는 봄날 아침 비는 시골집 추녀 밑에서 손바닥으로 받는게 제격이다 유년의 추억을 평생 곱씹으니 마음은 청춘이다 텃밭에서 뽑아온 쪽파에 생오징어를 넣고 파전을 부쳤다 기름냄새가 집안에 가득하고 막걸리 맛도 썩 괜찮네 봄비, 박인수의 '봄비'가 그립다 드라마 '괴물'은 괴물아닌 인간이 없다 자신의..

나의 이야기 2023.03.23

더 글로리(영광)

3월 중순 꽃이 막 피기 시작하는 시기에 꽃샘추위가 찾아왔다 보기만해도 애처로운 여린 꽃에게 갑자기 추위라니? 요즘 일명 '학교폭력'을 다룬 드라마가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누구든 학창시절과 사춘기가 있었고 그러한 분위기를 익숙(?)하게 지나왔기에 어른이 되어 학부형으로 살아오는게 아닐까 폭력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발생되는 등식 곧 '복수'라는 결과를 낳는다 등장 인물에 대한 궁금증과 과정 그리고 철저한 응징이 관객 혹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학교는 인격과 인성을 가르치는 공간인데도 그런 순기능이 사라진거다 그것이 부재할 때는 타인에게 탓을 돌리게 되겠지 몇시간을 그자리에서 꼼짝 못하고 화면만 보게되는 마력도 존재한다. 처절하게 부서지는 가해자들의 끝은 한 겨울에 얼어붙은 강물같다 다시는 빛을 보..

나의 이야기 2023.03.14

설날 소회(所懷)

2023년도 설날이다 엄마가 계시는 친정집에는 언제나처럼 정겨운 내 피붙이들이 있다 엄마를 중심으로 만나는 식구들이 제집살이하느라 잘 만나지 못하다가 명절에야 만난다 명절이면 5남매의 근황을 묻기도 하지만 그것마저도 못오는 자식도 있다 맛있는 음식에는 엄마의 훈기와 간섭이 잘 버무려져 따뜻하다 점점 쇠약해져가는 내 엄마의 모습 가쁜호흡을 하면서도 온갖 것을 챙기는 모정에 숙연해진다 잠자는 모습도 말하는 것도 이제는 아니올시다 엄마 얼굴을 얼마나 더 보ㅡㄹ 수 있을까? 명절 끝이라 차량 증가로 막히는 귀갓길 그 위로 갈가마귀들이 식구들을 데리고 날아간다 에미를 따라가는 모습이 눈물나는 명절이다 엄마가 안 안계시면 친정이라는 의미는 사라지는 단어가 되겠지 동생 내외가 번갈아가면서 허리 수술을 했다 그들에겐 ..

나의 이야기 2023.01.24

送年會

2022년을 보내면서 지나온 시간과 다가올 세월을 반갑게 맞이하자는 의미로 늙은 청춘들이 모였다 장소는 남숙이 딸이 빌려놓은 아파트 남자 셋 여자 다섯, 8명이 1박2일을 보냈다 오후 5시 만남인데 순덕, 해연, 태옥, 남숙이는 오전 11시부터 만났다 남숙이가 이삿짐만큼 챙겨온 살림살이에 점심식사, 저녁, 이튿날까지 집밥으로 해결한다 5시가 되기전에 도착하는 친구들 지난 가을에 홍도에 같이 다녀왔는데도 하나 둘 낙엽처럼 떠나는 인생인지라 만나니 반갑고 애틋하다 따뜻한 곳에서 이야기꽃이 활짝 피어나는 연말 고스톱, 구땡(도리지구땡)에도 멍청한 이해연이가 활약(?)을하니 배꼽빠지게 웃었다 옆에서 돈을 빼가도 모르는데 돈을 어떻게 따는지 알 수 없다나? 추운 겨울밤을 뚫고 노래방을 경유하고 3시간을 채웠다 노..

나의 이야기 2022.12.29

대설(大雪)

절기상으로는 12월 7일이 대설(大雪)이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소설(小雪)도 지나고 大雪 다음은 冬至인데 가을이 아직도 머물고 있는듯하다 지난 며칠동안은 월드컵 응원으로 설레였다 결과는 16강이라는 작은 목표는 이뤘지만 우승 후보국인 브라질 전에는 솔직히 아쉬움이 남는다 욕심보다는 선수들의 기량에 만족해야지 겨울은 살을 파고드는 추위가 있어야 겨울답다 비도 없는 건조한 겨울이 계속된다 세수를 하고 수분 크림을 듬뿍 발라도 오후에는 당기는 느낌 도로에 뒹구는 낙엽들도 가루가 되어간다 꽃이 늙어가면 열매는 그냥 얻어지는건 아니겠지 봄을 기다려야겠다.

나의 이야기 2022.12.08

월드 컵(world cup) 열풍

2022년 월드 컵이 중동국가 카타르에서 개최되었다 4년마다 여름에 열리던 경기가 이번에는 11월 셋째 주에 열린다 우리나라는 2002년 6월에 열렸던 월드컵 4강 진출 이후 20년만에 4강의 신화를 꿈꾼다 20년 전 그날의 환희를 다시 꿈꾸는 국민들의 열망에 선수들도 바짝 긴장해서 그런지 힘든 경기를 한다 첫 경기는 우루과이와의 대결에서 무승부였다 어젯밤 '가나'와의 두번째 경기는 2:2에서 마지막에 한골을 허용 16강 진출에 빨강불이 켜졌다 그래도 썩 잘 싸운 우리 대표팀 선수들 남은 경기는 12월 3일 포르투갈과의 경기이다 불투명한 경기이지만 하나라도 불씨를 찾아야 한다 20년 전의 열망에 부응해야하는 선수들 어쩌면 어깨가 무겁겠지만 이왕하는 경기라면 최선을 다해주길 소원한다 가을 가뭄 끝에 비가 ..

나의 이야기 2022.11.29

드라마 '그레이스'

넷플릭스 드라마인 '그레이스'는 캐나다가 주 무대이며 살인사건을 극화하여 만든 미니시리즈 6부작이다 고전적인 분위기에 사로잡혀 하루를 온전히 심취했다 주인공 그레이스는 아일랜드에서 캐나다로 이주하는 과정에 어머니를 잃고 폭력적인 아버지에게서 버림을 받는다 남의집 하녀로 살아오다 살인까지 저지르게되는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이 펼쳐진다 맑고 투명한 눈빛과 성스러운 찬가 그리고 하늘이 늘 가깝게 그녀를 따라간다 신분에 따르는 억압, 여성의 성, 통제되는 자유 제대로 된 모국이 없었다 그레이스의 사면을 위해 투입된 정신과의사 조던 그의 흔들리는 감정과의 싸움은 꿈에서만 이루어진다 언제나처럼 상담하는 자리에 등장하는 퀼트 조각조각 이어지는 삶의 그림들이 보는이들을 설레게 한다 살인자가 될 수밖에 없는 환경도 그러하..

나의 이야기 2022.11.14

사건 사고, 참사

시월의 마지막 주, 금요일 아들이 집으로 오는 날이다 출발 했다는 전화를 받은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화를 했다 차량 뒷바퀴에서 불타는 냄새가 나서 보험회사에 연락했단다 이게 뭐냐? 아들이 안다쳤다니 안심하고 놀란 가슴 쓸어내리고 기다린다 군위 휴게소에서 차량을 싣고 곧장 부산으로 출발한 시각이 7시 10시쯤에 집에 도착했다 차량은 내일 아침에 근처 정비업체에 맡기기로 결정 늦은 저녁식사를 겸한 생선회 술상을 차렸다 사람이 안다쳤으니 살아가는 과정이려니 생각한다 이튿날 차량을 정비업체에 맡겼더니 부품관계로 며칠이 걸린단다 그렇게 수습했다 일요일 아침 뉴스 특보로 들려오는 참사 소식에 혼란스럽다 할로윈데이 축제로 압사 사고가 나서 수백명 사상자 발생이란다 이건 또 뭐냐? 서울 한복..

나의 이야기 2022.10.31

daum 서비스 스톱

세계적인 IT산업 국가 대한민국에서 검색 포털 서비스 daum이 화재로 인해 올 스톱 됐다 아무생각 없이 늘 이용하던 블로그와 카톡이 멈춰버린거다 갑자기 앞이 캄캄해지는 아득함 할 일이 없어지는 무력감 그리고 바보같은 내 모습 컴퓨터에 의지했던 시간들이 쓸모없게 되어버렸다 업계에서는 복구가 쉽지 않다고 하니 더 답답하다 하루 이틀이 지나가도 복구가 안되는 건 뭐냐 정부에서는 독과점 사업체가 문제라고 하면서도 방법이 없는지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는 눈치다 전적으로 의존하는 사업체는 어떻게 하나 시간마다 컴퓨터 켜는게 일상이 되었다 이 기회에 naver로 갈아타는 사람들이 급증한다는 뉴스 한 곳에 전력을 다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겠지 구글과 네이버가 급부상하게 된다 컴퓨터(데이터베이스)를 만들면서 사후 대..

나의 이야기 2022.10.18

진주에 가다

고향 친구 '박동희'가 하늘이 열린날(개천절) 천국으로 떠났다 고통 없는 곳으로 갔으니 편안하게 안식을 누리기 바란다 가을비가 세차게 내리는 날에 받은 소식이 그대로 빗물이 되어버렸다 시원해지면 한번 더 얼굴이라도 보러가야지 하다가 영원히 놓쳐버린 친구 초등학교 6년을 한 반이 되어 울고 웃었고 중년에는 해외여행, 제주도, 산행, 라이브카페 등 늙지말자고 했었던 지난날 추억이 낙엽처럼 소복하게 쌓였다 남숙이랑 둘이서 진주로 가면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시간들을 곱씹는다 빈소에 걸려있는 사진이 낯설어서 목이 메인다 금방이라도 기타치고 노래 할 것 같은 친구 위암 수술을 했지만 3년후에 재발했다 친구야 가을은 겨울을 준비한다지 천국에서 봄을 기다리듯 영원히 살아있길 소원한다.

나의 이야기 2022.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