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480

동기들

작년 11월에 만나고 처음 만나는 신학원 동기들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염려가 생활방역으로 바뀌고 성당미사가 제 시간에 이뤄지는 시기 조금은 자유롭게(?) 만날 수 있었다 번개팅이라도 해서 얼굴보자는 취지가 고맙다 여자 다섯 대변에 있는 토암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동부산 관광단지로 와서 차를 마셨다 카페 규모가 어마어마한 장소에 사람들도 많다 평일인데도 거리낌 없는 분위기에 동석자들의 표정이 놀라울 정도로 밝다 우리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앉았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송정 바닷가 젊은 파도가 이쪽으로 기웃거리는 풍경에 잠시 나의 이력을 들춰본다 다섯 여자와의 인연도 깊어가고 장군茶를 직접 제다해서 가져온 언니의 정성도 깊다 저기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시간 기차가 지나간다

나의 이야기 2020.05.21

아들

새벽에 달려온 아들 얼굴에 피곤이 묻어있다 서둘러 아침밥을 챙겼더니 대패삼겹에 소주 한잔하고 싶다네 푹 자고 싶다는 의사표현이란걸 알아챘다 깨우지 않겠다는 말을 해주고 나도 다시 잠을 청했다 한달에 한번 얼굴을 보여주는 아들 혼자 세상살이 하느라 고생이다 쉬 잠이 오지 않는 아침 시골집에 간 영감한테 아들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오후 늦게 일어난 아들을 데리고 시장으로 갔다 비가 내리는 시장은 사람들이 뜸해서 을씨년스럽다 세식구가 먹을 대게를 흥정하다보니 가격이 많이 내렸다며 친절하게 설명하는 총각 한달만에 먹는 영양보충 기회라 과감하게 샀다 대게가 찜솥에 들어가고 우리는 쪽마루에 앉아서 세상얘기, 사람얘기 한다 혼자도 살아내야하고 늙은이도 살아야하는 얘기 바깥에는 쉼없이 봄비가 내린다 내게 아들이라..

나의 이야기 2020.05.18

빗소리를 듣다

비가 내릴거라는 예보를 듣고 시골집으로 간다 욕실 천장에 비가 새는걸 보완하러 가는거다 집의 나이가 40 년이 넘다보니 내 모습만큼 늙어버렸다 여기저기 물이 새고 고장나기 일쑤 남편의 소일거리로는 안성맞춤인 시골집 오후 늦게 도착하다보니 별로 할 일이 없다 이튿날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하는 봄비 화장실 다녀오다 문득 밖으로 나가고 싶은 충동 실로 오랫만에 비가 땅으로 떨어지는걸 본다 마당에 시멘트가 깨진 틈새로 빠르게 스며드는 빗물 주름진 내얼굴에도 봄기운이 확 퍼진다 물이 고이는 곳마다 풀이 자라는 모습 또한 경이롭다 꽃봉오리가 단단하던 작약도 어느새 꽃이 피기 시작한다 꽃잎이 열리는건 우주적인 찰나인가 찬기운에 소름이 돋는 새벽 시간이 천천히 움직인다 우산을 받고 이리저리 걷는것도 자유이다 세차게 내리..

나의 이야기 2020.05.11

오일장 풍경(삼랑진 시장)

신종 코로나19 땜에 바깥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니 몸부림이다 시골집, 갈 곳이 있다는게 얼마나 고마운지 텃밭농사가 시작되었으니 주말마다 간다 금요일에 가서 하지콩을 심고 상추씨도 넣었다 감자는 보름이 지났는데도 소식이 없네 이튿날은 삼랑진 농원에 구지뽕 나무를 사러간다는 영감을 따라 나섰다 김해집에서 삼랑진은 지근거리 한림정 화포천을 경유하고 가다보니 장날(4, 9)이라 온갖 동, 식물이 장에 나와 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목단(모란)을 사고 그 옆에 담배 피우고 서있는 아저씨 나무 무더기에서 구지뽕도 샀다 굳이 농원에 가지 않아도 장날에 가면 싸게 살 수 있으니 구경거리가 많다 민물 생선이 종류별로 장에 나와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있다 그 옛날 아버지가 잡수시던 잉어가 힘차게 펄떡이네 저걸 사면 내 ..

나의 이야기 2020.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