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480

여름의 강을 건너다

무더운 8월의 강을 거슬러 간다 삼복더위 중에서도 말복(10일)은 정점을 찍는 시절 곧 입추(7일)라 하지만 더워도 너무 덥다 평균 기온이 32도에 열대야까지 여름 휴가 중에 수술(치질)하고 있는 동생 노안(황반변성)으로 치료중인 엄마 가뭄으로 땅이 말라가는 시골집 무더위에 비지땀을 흘리며 직장 다니는 아들 생각만해도 답답한 강을 건너간다 바다를 지척에 두고도 못가는 사람 무슨 말을 하리오 아무일도 하지 않는데도 종일 에어컨을 켜야 숨을 쉰다 꼼짝하기 싫은 여름이 얼른 지나가기를 빈다 창으로 보이는 여름 하늘에 구름도 움직이기 싫은지 느릿느릿 걷는다

나의 이야기 2021.08.05

여름 휴가

아들이 여름 휴가를 7월 22일~26일까지라고 한다 그런데 알량한(?)차를 폐차 처분 했으니 충남 서산까지 데리러 오란다 영감은 다 늙어서 전기관련 기술 자격증 딴다고 바쁘다는데 눈치가 보인다 수요일, 남편은 기술학교에서 오전 강의를 마치고 서산을 향해 아들을 만나러 부부가 나섰다 멀고도 먼 서산은 부산에서 400 km 서울가는 길보다 더 멀다 오후 늦게 5시간이 걸려 7시40분에 도착한 서산시 대산읍 조금 쉬었다가 밤늦게 다시 집으로 내려온다 아들이 운전하는 차에서 졸다가 눈을 떠 보니 새벽녘이 되어 집에 도착했다 38년여 동안 공직에 있던 남편은 제대로된 휴가를 즐기지 못하고 퇴직을 했건만 지금도 뭘 배운다며 종종걸음을 한다 아들이 닷새동안 집에 있어도 같이 바깥에 나가지 못했다 무덥기도 했지만 아들..

나의 이야기 2021.07.25

초복(初伏)

삼복 더위중에 첫번째인 초복날이며 영감의 68번째 생일(음력 6, 2)이기도 하다 생일이 일요일이라 김해집에서 생일밥을 먹게되었다 무더위에 생일이라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생각난다 그 옛날에 애를 낳고 몸조리나 제대로 했을까 낯선(?) 부엌에서 생일상을 차려야하니 난감하다 준비를 한다고 해도 빠진게 많네 토요일 저녁에 찰밥과 미역국 끓이고 삼색나물에 조기도 구웠다 땀을 흘려가며 텃밭에 풀작업을 했더니 밥맛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김해는 해운대보다 더 덥고 눅눅해서 에어컨 없이는 꼼짝못한다 씻고 누웠더니 그대로 잠속으로 미끄러지듯 빠진다 새벽에 일어나서 텃밭에 풀작업을 마저하고 아침밥은 정상적인 생일밥이건만 대충 차려먹고 서둘러 부산집으로 돌아왔다 어정거리다 늦게 출발하면 해수욕장을 개장한 해운대는 교통지옥이다 ..

나의 이야기 2021.07.11

장마가 시작되다

예년에 비해 조금 늦은 장마가 시작되는 7월 초 오후에 비가 온다더니 12시가 되기전에 비가 내린다 매월 만나는 8공주 모임이 벡스코시티에 있는 '코코 샤브샤브' 우리 집에서 10분이면 족한 길이 해운대 해수욕장이 개장된 덕(?)에 40분이 걸려 도착했다 식당에는 코로나19의 긴장감이 조금 완화가 되어 친구끼리 7~8명 합석이 가능하다 시간이 갈 수록 친구들 얼굴이 많이 변해간다 제주도 가기전에는 유정이가 성형병원을 다녀오더니 이번에는 덕이 눈언저리가 쾡(?)하네 이래저래 늙어가는 모습이 안타까운 날 비가 폭풍을 동반해서 내리는 모습을 카페 창문으로 본다 여름 휴가를 지리산 2박3일 일정으로 정하면서 산행은 꿈도 못 꾸는 나랑 귀순, 상자가 빠진다 어느새 여름의 바다를 향해 가고 있다 마산으로 가느냐 저..

나의 이야기 2021.07.04

백신 AZ(아스트라제네카)접종하다

유사이래 바이러스로 인한 전쟁(?)을 겪으리라는 건 상상도 못한 일이다 2년 가까이 인간을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생화학전 결국 온 세계인이 예방접종을 하게 됐다 우리나라도 감염이 중환자에서 고령층으로 확대되는 상황이라 선택의 여지없이 예약을 했다 당연히 남편과 같이 접종 하리라 믿고있다가 특정(화이자)백신만 선호한다며 거부한다 할 수 없이 아들에게 도움을 청했더니 기꺼이 예약을 해준다 5월 29일 오전 10시 집 가까운 내과(위앤장) 예약 날짜가 가까워지니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먼저 접종을 마친 동생이 걱정안해도 괜찮다고 했지만 뉴스에서 전해오는 불행한(?) 일들이 나에게 일어날 수도 있고 제일 두려운 건 정신을 잃어버릴까봐 걱정된다 병원에는 생각외로 예약자들이 많아서 놀랍다 처음부터 끝까지 동행하는 아들..

나의 이야기 2021.05.31

혼자 시골집에 가다

지난주 화요일(18)에 시골집에 다녀왔으니 텃밭에 자라는 작물이 걱정된다 적어도 일주일만에는 들여다보는게 상식이겠지만 영감은 주말이라야 시간이 나는 사람이다 나 역시 주말에는 백신예방 접종을 예약한터라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하여 아침 일찍 혼자 집을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가서 경전철로 바꿔타면 시간은 절약된다 그렇지만 계단 오르내리기가 불편해서 시외버스를 타고 간다 집에 도착하니 꽃이나 식물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곧 쓰러지기 직전 서둘러 물을 한바가지씩 퍼 부었다 땀이 등으로 흘러내리는 여름 더위가 벌써 찾아온 김해집 일주일 동안 얼마나 갈증이 심했던지 물을 뿌려도 금방 땅으로 스며들고 흔적이 없다 실내 식물인 난(蘭)분 일곱개에도 물을 주고나니 점심 때 쉴 틈 없이 서둘렀더니 어지럽다 식물은 주..

나의 이야기 2021.05.27

오월의 노래

새해가 시작된지 얼마지나지 않은것 같은데 벌써 오월이다 잔인한 4월말에는 정진석 추기경 서거 소식이 있었고 벚꽃이 죄다 떨어져 비처럼 꽃비가 내렸다 빗물에 쓸려 흘러가는 청춘 빼기가 아닌 덧셈만 하는 나잇살 둘째 동생의 환갑이란다 거짓말 같은 삶, 사연많은 고갯길 소천하신 내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점점 희미해지고 엄마 나이는 구순이 넘었다 오월은 붉은 장미가 울타리에 걸쳐져 그리움을 토해내는 시절 아들은 어버이날이라고 장(쇼핑몰)에 가잔다 내가 늙어가는 사이 아들은 속이 깊어간다 야근한다고 자전거를 끌고 집을 나서는 영감 저녁공기가 차다 신호등이 빨강에서 초록으로 바뀌니 재빨리 길을 건너간다 마주오는 학생들은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네 오월의 향기, 청춘 입속에서 목으로 넘어가는 오월의 노래

나의 이야기 2021.05.03

비와 수다 삼매경

8공주 모임이 있는날 비가 내린다 추어탕집에서 식사를 하기로했건만 주인의 지나친 간섭(?)에 아귀찜집으로 장소를 바꿨다 코로나19로 예민하다지만 편하게 식사를 하게 해야지 내 돈내고 부담스러운건 절대사절이다 큰일을 치룬 순덕이랑 같이 식사를 하려고 모였다 식사마치고 커피타임은 덕이 집으로가서 간만에 다과와 수다를 즐기는 친구들 바깥에는 꽃비가 하수구가 막힐 정도로 내린다 꽃이 필 적에는 영원하기를 기원했겠지만 꽃도 나도 늙어가는건 어쩔 수가 없다 친구는 이것저것 내어놓고 고맙다는 말을 연신한다 수년동안 남편 병수발을 한 친구는 그새 많이 늙었다 서로를 바라보며 웃다가 눈물을 글썽거리는 친구들 다 내려놓고 여행다니자며 위로를 한다 빗물에 연두빛 봄, 그리움, 안타까움 마저도 씻겨가는 날 노래 벚꽃엔딩이 어..

나의 이야기 2021.04.04

춘삼월의 소회

벚꽃이 곧 울음을 터뜨릴것 같은 날 친구 덕이 남편의 소천소식을 들었다 체장암으로 3년넘게 투병했던 사람 결국 꽃피는 삼월에 떠났다 코로나19 시절이라 문상객도 거리두기를 하는 빈소 낯선 그림이었지만 남녀 절친들의 조문이 이어지며 같이 울기도 했다 친구중에 간암으로 투병하는 환자도 다녀갔다 좋은시절에 소천한 망자에게 편안한 안식을 빈다 친구도 무거운 짐 내려놓고 건강챙기며 영원히 살아내기를 바란다.

나의 이야기 2021.03.17

雨水우수

얼었던 강이 풀리고 새싹이 돋아나는 우수절기 시골집에 수도량 9톤을 사용했다는 소식이 왔다 그런데도 이웃에 전화만하고 가지 않는 영감 애가타는 내가 서둘러서 갔다 아무리봐도 그만한 물이 흘렀다는게 믿을 수가 없다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겨우 찾은 세면대 수도꼭지가 갈라져서 물이 줄줄 샌다 원인을 찾았으니 꼭지를 교체했다 할일이 없다며 오지 않으려던 영감 결국 이웃의 도움으로 물(?)공사는 마무리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돌아오는 봄맞이하러 매화가 꽃을 곧 터뜨릴 것 같은 텃밭으로 간다 밭에는 이미 봄이 도착해 온갖 풀들이 지천 풀속에 냉이와 배추속도 뜯었다 봄을 캐서 향기로운 된장국을 끓여야겠다 집에 앉아서 애태우던 일도 해결하고 봄맞이도 하였으니 역시 봄은 따뜻하다.

나의 이야기 2021.02.22